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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르 바이크: 사막을 달리는 외로운 두 바퀴의 사투

다카르 바이크

사진: Dr.Haus,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지도 한 장, 나침반 하나, 그리고 두 바퀴. 다카르 랠리 모터사이클 부문의 라이더는 매일 아침 수백 킬로미터의 사막 앞에 홀로 선다.** 이 레이스는 가장 빠른 자가 이기는 싸움이기 이전에, 살아서 돌아오는 자가 이기는 싸움이다.

3줄 요약
1다카르 랠리 바이크 부문은 슈퍼 프로듀스와 일반 부문으로 나뉘며, 속도와 내구성을 동시에 겨룬다.
2라이더는 수천 킬로미터의 사막 지형을 단독 항법으로 주파해야 하며, 극한의 체력·정신력이 요구된다.
3한국인 최초 모터사이클 다카르 랠리 도전자 류명걸의 사례는 이 레이스가 더 이상 머나먼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 준다.

이 글은 다카르 랠리 모터사이클 부문, 이른바 ‘다카르 바이크’의 세계를 따라간다. 화려한 F1 서킷도, 관중으로 가득 찬 그랑프리 스탠드도 없다. 오직 모래와 바람, 그리고 수천 킬로미터의 야생 지형만이 있는 곳에서 라이더들이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살아남으며, 왜 다시 이 레이스를 찾는지를 이야기한다. 모터스포츠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이름 ‘다카르’. 하지만 그 이름 뒤에 숨은 두 바퀴의 서사는 아직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한눈에 보는 다카르 바이크
총 거리약 8,000~10,000km (연도별 상이)
부문 구분슈퍼 프로듀스 / 일반(내구성 경쟁 포함)
항법 방식로드북 + 나침반 단독 항법
개최 지역남미 사막(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 등),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한국인 도전류명걸, 2020년 다카르 랠리 모터사이클 부문 도전
다카르 바이크: 사막을 달리는 외로운 두 바퀴의 사투 · 사진 Dr.Haus,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다카르 랠리란 무엇인가 — ‘죽음의 랠리’의 탄생

다카르 랠리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오프로드 레이스로 불린다. 원래는 유럽 파리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까지 달리던 레이스였으나, 안전 문제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2009년부터 남미로 무대를 옮겼고,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레이스가 어디에서 열리든,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지형을 인간이 만든 기계로 통과하는 것, 그리고 살아서 결승선을 넘는 것.

이 랠리가 ‘죽음의 랠리’라는 별칭을 얻게 된 데는 아픈 역사가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적지 않은 참가자와 현지 주민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모터사이클 부문 라이더들은 차량이나 트럭 참가자들에 비해 보호 장치가 부족한 채 동일한, 혹은 더 가혹한 지형을 달려야 했다. 이 위험성은 레이스를 더욱 전설적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조직위원회로 하여금 안전 규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레이스 매거진 ‘라이드매거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카르 랠리는 ‘초자연 속에서 인간의 한계점과 끊임없이 맞닥뜨려 싸워야만 완주할 수 있는 죽음의 랠리’다. 이 한 문장이 다카르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압축한다. 레이스를 마치고 살아 돌아온 라이더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이제 안다.’ 다카르는 단순히 가장 빠른 자를 가리는 경기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물리적·심리적 한계를 시험하는 거대한 실험장이다.

‘초자연 속에서 인간의 한계점과 끊임없이 맞닥뜨려 싸워야만 완주할 수 있는 죽음의 랠리’ — 다카르의 본질

다카르 랠리의 무대 변천사
1978년 파리-다카르로 시작된 이 레이스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주 무대로 삼았다. 2009년 남미(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로 이동했으며, 2020년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아반도 사막을 중심 무대로 개최되고 있다.

모터사이클 부문의 구조 — 슈퍼 프로듀스와 일반 클래스

다카르 바이크 · 사진 Rally Dakar 2006 9.jpg : Dakar organization derivative work: Lošmi ( talk ),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다카르 랠리 모터사이클 부문은 크게 두 가지 클래스로 나뉜다. 하나는 ‘슈퍼 프로듀스(Super Production)’ 부문으로, 순수하게 스테이지별 시간 경쟁을 벌인다. 제조사와 프로 팀이 지원하는 고성능 바이크를 타고 최단 시간을 다투는, 우리가 흔히 ‘랠리 레이스’라고 상상하는 그 장면이 이 클래스에서 펼쳐진다. KTM, Honda, Husqvarna, Yamaha 같은 메이저 제조사들이 공장 지원 팀을 꾸려 매년 이 타이틀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다른 하나는 일반 클래스로, 시간 경쟁과 더불어 ‘내구성 경쟁’까지 요구된다. 이 클래스의 참가자들은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이크의 기계적 신뢰성을 유지하고, 고장 났을 때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갖춰야 한다.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서 엔진이 멈춰 버리면 구조대가 오기까지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스패너와 케이블 타이가 속도 못지않게 중요한 도구가 되는 세계다.

이 두 클래스의 구분은 참가자들의 성격도 갈라놓는다. 슈퍼 프로듀스 부문에는 전업 레이서들이 주를 이루고, 일반 클래스에는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 군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 모험가’들이 참가한다. 이들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준비한 끝에 사막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는 다카르를 완주했다’는 사실을 평생 간직하기 위해서.

주요 바이크 제조사들의 다카르 경쟁
다카르 바이크 부문에서는 오스트리아의 KTM이 오랜 기간 강세를 보여 왔으며, Honda, Husqvarna, Yamaha, Sherco 등도 꾸준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제조사들에게 다카르는 가장 극한적인 환경에서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무대다.

사막의 항법 —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고독

다카르 바이크 라이더를 다른 모터스포츠 선수들과 가장 극명하게 구분 짓는 요소는 단 하나, ‘항법(Navigation)’이다. 트랙이 정해져 있는 서킷 레이스나 도로 표지판이 있는 랠리와 달리, 다카르의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은 매 스테이지마다 ‘로드북(Road Book)’이라고 불리는 두루마리 형태의 안내서와 나침반, 그리고 GPS(단, GPS는 추적 목적으로만 허용되며 항법 보조로는 제한된다)에 의지해 수백 킬로미터의 사막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로드북은 코드화된 그림과 숫자로 이루어진 일종의 암호 지도다. ‘여기서 270도 방향으로 2.3km 이동 후 좌회전’처럼 생긴 지시들이 수백 개 이어진다. 라이더는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면서 동시에 로드북을 읽고 나침반 방위를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경로로 빠지면 수십 킬로미터를 되돌아와야 하고, 그 사이 체력과 연료, 그리고 시간이 함께 소진된다. 항법 실수 하나가 완주의 꿈을 무너뜨릴 수 있다.

더 무서운 것은 고독이다. 사막 한가운데 혼자 달리다 보면, 전방 수십 킬로미터 안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통신이 끊기고, 지평선 너머까지 모래만 펼쳐진 공간에서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은 라이더를 심리적으로 극도로 압박한다. 경험 많은 라이더들은 이 고독과 싸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 기술을 연마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훈련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막은 속도보다 정신력을 먼저 시험한다.

라이더는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면서 동시에 로드북을 읽고 나침반 방위를 확인해야 한다. 항법 실수 하나가 완주의 꿈을 무너뜨린다.

로드북(Road Book)이란?
다카르 랠리에서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로드북은 각 스테이지 출발 당일 아침에 배포된다. 사전에 경로를 암기할 기회가 없으며, 달리면서 실시간으로 해독해야 한다. 탱크 위에 장착된 롤러 장치에 로드북을 감아 속도에 맞춰 스크롤하며 읽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극한의 체력전 — 매일 아침 다시 시작되는 전쟁

다카르 바이크 · 사진 Xraid,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다카르 랠리는 보통 2주에 걸쳐 진행되며, 총 스테이지 수는 10개 내외에 달한다. 매 스테이지는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고, 연결 구간(Liaison)까지 합하면 하루 이동 거리가 800킬로미터를 넘기도 한다. 라이더들은 아침 일찍 출발해 저녁 늦게 비박 캠프에 도착하고, 밥을 먹고 바이크를 점검하고 잠을 자고 나면 다시 날이 밝아 있다. 이 리듬이 2주 내내 반복된다.

체력 소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프로드 지형에서 무거운 바이크를 컨트롤하는 것은 온몸의 근육을 총동원하는 작업이다. 특히 소프트 샌드(부드러운 모래)나 돌밭(로키 테레인)을 지날 때는 핸들을 잡는 손과 팔의 근육이 극도로 혹사당한다. ‘암 펌프(Arm Pump)’라고 불리는 전완근 과부하 현상이 심해지면 핸들을 제대로 잡을 수조차 없게 된다. 이 상태에서 모래 언덕을 넘어야 하는 상황은 라이더에게 진정한 공포다.

수분 보충과 영양 섭취도 생존의 문제다. 사막의 낮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기 일쑤이고, 라이더는 두꺼운 보호 장비를 착용한 채 달린다. 시간당 1~2리터의 땀이 증발한다는 추정도 있다. 충분한 수분을 챙기지 않으면 탈수로 인한 판단력 저하가 찾아오고, 이것은 곧바로 항법 실수, 혹은 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카르 바이크 라이더에게 완주는 레이싱이자 동시에 생존 훈련이다.

오래된 다카르 라이더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전해진다. ‘첫날은 레이서로 달리고, 5일째는 생존자로 달리고, 마지막 날은 완주자로 달린다.’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속도에 대한 집착은 옅어지고, 살아서 다음 스테이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된다는 뜻이다. 이 말 속에 다카르 모터사이클 부문의 진짜 얼굴이 있다.

제 목표는 다카르 랠리를 완주하는 거예요.

— 류명걸 — 한국인 최초 다카르 랠리 모터사이클 부문 도전자, 2020년

위험과 안전 — 두 바퀴가 감수해야 하는 대가

다카르 랠리 역사에서 모터사이클 부문은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부문이기도 하다. 차량이나 트럭과 달리 바이크는 라이더의 몸 자체가 충격을 받는 구조다. 모래 언덕에서 잘못된 각도로 착지하거나, 로키 테레인에서 앞바퀴가 돌에 걸려 전복되는 순간, 라이더를 보호하는 것은 헬멧과 보호 장갑, 등 보호대, 그리고 에어백 조끼뿐이다. 장비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막 지형의 무자비함을 완전히 막아 낼 수단은 아직 없다.

조직위원회는 수십 년에 걸쳐 안전 규정을 강화해 왔다. 비상 비콘(Personal Locator Beacon, PLB)의 의무 휴대, 정해진 시간 내 비박 캠프 미도착 시 자동 수색, 의료 헬리콥터의 신속 대응 체계 등이 도입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하지만 라이더가 완전히 홀로 달리는 사막 깊숙한 구간에서는 사고 발생과 구조대 도착 사이에 시간 간격이 생기는 것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백 명의 라이더들이 다카르에 지원서를 낸다. 위험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이 역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많은 라이더들이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한다. ‘위험이 없다면, 이 레이스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이 레이스를 선택한다. 다카르 바이크의 매력은 그 위험의 무게와 비례한다.

비상 비콘(PLB)과 다카르 안전 시스템
다카르 랠리 참가자들은 구조 신호를 발신할 수 있는 개인 위치 비콘을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비콘을 작동시키면 위성을 통해 정확한 위치가 조직위원회 본부에 전달되고, 의료 헬리콥터가 출동한다. 비콘 작동은 레이스 포기를 의미하지만, 생명을 구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다.

전설의 라이더들 — 두 바퀴로 역사를 쓴 이름들

다카르 바이크 · 사진 Rainmaker47,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다카르 바이크 부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KTM의 지배는 빠뜨릴 수 없다. 오스트리아 브랜드 KTM은 2001년부터 오랜 기간 동안 다카르 바이크 타이틀을 독식하다시피 하며 이 부문의 전설이 되었다. 스테판 페테르한젤(Stéphane Peterhansel)은 모터사이클로 6번, 자동차로 8번 총 14번의 다카르 우승을 차지한 ‘미스터 다카르’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커리어는 다카르가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라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이노 라우페르(Cyril Despres), 마르크 코마(Marc Coma) 같은 이름들도 다카르 바이크의 황금기를 장식한 라이더들이다. 코마는 KTM을 타고 다카르 바이크 부문에서 5번 우승했으며, 은퇴 후에는 다카르 랠리 스포츠 디렉터로서 레이스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속도 외에 탁월한 항법 능력과 기계 다루는 솜씨, 그리고 2주 동안 극한의 체력과 정신을 유지하는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는 점이다.

Honda의 케빈 베나부(Kevin Benavides)나 파블로 킨타닐라(Pablo Quintanilla) 같은 이름들은 최근 세대를 대표하는 다카르 바이크 라이더들이다. KTM의 장기 독주에 도전장을 내민 Honda Red Bull Racing 팀과 Husqvarna, Yamaha 등의 부상은 다카르 바이크 부문을 더욱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누가 이 사막을 지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매년 달라지고 있으며, 그것이 다카르를 지금도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다.

스테판 페테르한젤은 바이크로 6번, 자동차로 8번 총 14번 다카르를 제패한 ‘미스터 다카르’다. 다카르는 그에게 하나의 삶의 방식이었다.

한국 렌즈 — 류명걸, 그리고 한국과 다카르의 접점

다카르 랠리는 한국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오랫동안 TV 화면 너머의 먼 이야기였다. 그 거리를 좁힌 인물이 바로 류명걸이다. 2020년 다카르 랠리에 한국인 최초로 모터사이클 부문에 도전한 그는 레드불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제 목표는 다카르 랠리를 완주하는 거예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10,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죽음의 랠리’에 한국인이 두 바퀴로 도전한다는 사실은 국내 모터스포츠 커뮤니티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류명걸의 도전은 단순한 개인 모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서 랠리 모터사이클은 여전히 소수 마니아의 취미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는 다카르 수준의 오프로드 랠리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인프라나 코칭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고, 해외 훈련과 바이크 세팅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그런 현실 속에서 그가 도전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긴 것은 한국 모터스포츠의 저변 확대라는 관점에서 분명한 발자국이었다.

한국의 모터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다카르 바이크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다카르 라이더들의 온보드 영상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활발히 공유되면서, 서킷 레이스만큼이나 다카르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는 팬층이 형성되고 있다. 류명걸 이후 또 다른 한국인이 이 사막에 두 바퀴를 굴리는 날은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 있다. 그 씨앗은 이미 뿌려져 있다.

완주자의 언어 — 결승선을 넘는다는 것의 의미

다카르 랠리 모터사이클 부문의 완주율은 해마다 다르지만, 전체 출발 라이더의 절반 미만이 결승선을 넘는 해도 드물지 않다. 기계 고장, 항법 오류, 부상, 기상 악화, 그리고 단순한 체력 고갈. 탈락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완주를 포기하는 순간의 감정은 모든 라이더가 비슷하게 묘사한다. ‘땅에 주저앉아 한참을 그냥 있었다.’ 그 침묵 속에 2주간의 사투가 담겨 있다.

반대로, 결승선을 넘은 라이더들의 표정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눈물이다. 우승자만 우는 것이 아니다. 꼴찌로 들어온 라이더도, 예상 시간보다 한참 늦게 도착한 베테랑도, 처음 완주한 아마추어도 모두 운다. 이 눈물의 의미는 하나가 아니다.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 그리고 2주 동안 사막이 가르쳐 준 것들에 대한 감사가 뒤섞인 눈물이다.

다카르 바이크는 가장 빠른 자의 레이스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살아남는 자의 레이스다. 사막은 속도로 정복되지 않는다. 사막은 오직 인내와 지혜, 그리고 두 바퀴와 나누는 깊은 신뢰로만 건너갈 수 있다. 매년 1월, 그 사막 위에서 외로운 라이더들은 또다시 전쟁을 시작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오늘도 그 출발선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우승자만 우는 것이 아니다. 살아서 결승선을 넘은 모든 라이더의 눈에는 눈물이 있다. 안도와 자긍심과 감사가 뒤섞인 눈물.

한국 팬의 시선

류명걸이 2020년 다카르 랠리 모터사이클 부문에 한국인 최초로 도전한 사실은 한국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작지 않은 이정표다. 국내에는 다카르 수준의 오프로드 랠리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유튜브와 SNS를 통해 다카르의 세계를 접한 젊은 라이더들이 조금씩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 모터스포츠는 포뮬러와 투어링카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류명걸의 도전은 ‘두 바퀴의 모험’이라는 또 다른 모터스포츠의 차원이 존재함을 한국 독자들에게 알린 사건이었다. 다음 한국인 다카르 라이더가 등장하는 날, 그의 이름은 그 토대 위에 서게 될 것이다.

사막은 공평하다. 챔피언이든 아마추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같은 모래와 같은 태양 앞에 선다. 다카르 바이크는 그 공평한 사막 위에서 인간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묻는 레이스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늘도 누군가는 헬멧을 조이고, 로드북을 탱크 위에 올려 고정하고, 엔진에 시동을 건다. 두 바퀴의 사투는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에서 이미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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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이미지 크레딧
  • 다카르 바이크 — Dr.Haus,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다카르 바이크 — Rally Dakar 2006 9.jpg : Dakar organization derivative work: Lošmi ( talk ),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 다카르 바이크 — Xraid,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다카르 바이크 — Rainmaker47,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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