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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토나 500, 200mph 무리 주행의 숨겨진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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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S Army,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시속 320킬로미터, 40대가 넘는 차량이 불과 몇 센티미터 간격으로 서로의 꼬리를 물며 달린다. 데이토나 500은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읽고 조종하는 자만이 체커기를 받을 수 있는, 공기역학과 집단 심리가 뒤엉킨 세계 최고의 드라마다.

3줄 요약
1데이토나 500은 1959년부터 현재의 서킷에서 경주가 시작된 NASCAR 최고의 전통 레이스다.
2슈퍼스피드웨이의 핵심 기술인 드래프팅은 앞차의 후류를 이용해 공기저항을 줄이고 속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3팩 레이싱 특성상 선두 차량도 드래프팅으로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어 마지막 1~3바퀴 타이밍 싸움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매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오벌 트랙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데이토나 500은 NASCAR 시즌의 개막전이자 사실상 왕중왕전이다. 한 바퀴가 2.5마일에 불과한 이 타원형 트랙에서 200바퀴를 채워야 하는 이 레이스의 본질은, 단지 ‘빠른 차’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공기를 지배하는 차, 더 정확히는 공기를 지배하는 전략을 가진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글은 데이토나 500이 품고 있는 공기역학의 비밀, 드래프팅이라는 전술의 층위, 그리고 수백만 팬의 숨을 멎게 하는 마지막 랩의 심리전을 차례로 따라간다.

한눈에 보는 데이토나 500
첫 경주 개최 연도1959년
트랙 전장약 4.02km (2.5마일) 오벌
경주 거리500마일 (약 805km)
뱅킹 각도 (턴 구간)약 31도
출전 차량 수40대 이상
데이토나 500, 200mph 무리 주행의 숨겨진 과학 · 사진 US Army,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59년, 데이토나의 탄생: 오벌의 신화가 시작되다

데이토나 500의 역사는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가 완공되고 처음으로 공식 경주가 열린 해다. 첫 우승자는 리 페티(Lee Petty)로, 그는 논란 끝에 사진 판독을 통해 우승을 확정받았다. 당시 사진 판독 기술이 없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데이토나 500이 태생부터 얼마나 치열한 레이스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는 길이 약 4.02킬로미터(2.5마일)의 타원형 트랙으로, 코너 구간의 뱅킹 각도가 약 31도에 달한다. 이 가파른 경사는 차량이 코너에서도 속도를 거의 잃지 않고 고속 주행을 이어갈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평지에서 31도 경사를 생각해보라. 걷기도 쉽지 않은 각도다. 그 위를 시속 320킬로미터 차량 40여 대가 무리 지어 달린다는 사실이, 이 레이스가 ‘압도적이고 웅장한 규모’라는 수식어를 거느리는 이유다.

지난 60여 년간 데이토나 500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미국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대통령이 그랜드 마셜로 참석하고, 수십만 명의 관중이 트랙 주변을 가득 채우며, 전국 방송을 통해 수천만 명이 시청하는 이 레이스는 슈퍼볼과 함께 미국 스포츠 캘린더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역사의 출발점에는 1959년 리 페티의 가느다란 승리 마진이 있었다.

리 페티(Lee Petty)는 누구인가?
리 페티는 NASCAR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가문인 ‘페티 왕조’의 시조다. 그의 아들 리처드 페티(Richard Petty)는 데이토나 500에서만 7번 우승하며 ‘The King’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페티 가문의 역사는 NASCAR 역사 그 자체와 맞닿아 있다.

드래프팅의 물리학: 공기를 훔치는 기술

데이토나 500 · 사진 Freewheeling Daredevil,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드래프팅(Drafting)은 슈퍼스피드웨이 레이싱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물리적 원리는 단순하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은 전면에서 강한 공기저항을 받고, 동시에 후면에는 상대적인 저압 지대, 즉 ‘후류(wake)’를 만들어낸다. 앞차 바로 뒤에 바짝 붙어 달리는 차량은 이 저압 지대 안에 들어가 공기저항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공기저항이 줄면 같은 엔진 출력으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연료 소비도 절감된다. 사이클 경기나 마라톤에서 선두 선수 뒤에 바짝 붙어 달리는 전술과 본질적으로 같은 원리다.

하지만 데이토나의 드래프팅은 차원이 다르다. 시속 320킬로미터 환경에서 공기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 즉, 속도가 두 배가 되면 저항은 네 배가 된다. 이 극단적인 환경에서 드래프팅의 효과는 엄청나다. 후류에 자리 잡은 차량은 별다른 추가 동력 없이도 선두 차량과 동등한 속도를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여유 에너지를 비축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데이토나 500에서 선두에 있는 차량이 항상 안전하지 않은 이유다.

드래프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앞차에 최대한 가깝게 붙어야 한다. 이상적인 간격은 불과 몇 십 센티미터, 심한 경우 거의 범퍼가 맞닿을 듯한 거리다. 속도를 더 정확하게 제어하고 앞차에 바짝 붙어 드래프팅할수록 효율이 올라가고, 앞차가 갑자기 감속하는 ‘체크업(check-up)’ 상황도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간격이 좁으면 좁을수록 사고의 위험도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것이 드래프팅의 잔혹한 딜레마다.

‘앞차에 바짝 붙을수록 빨라진다. 하지만 그만큼 사고의 여백도 사라진다.’ — 드래프팅이라는 전술의 핵심 역설

슬립스트리밍 vs 드래프팅
F1에서 흔히 쓰이는 ‘슬립스트리밍(slipstreaming)’과 NASCAR의 ‘드래프팅’은 같은 물리 원리에 기반하지만 맥락이 다르다. F1에서는 주로 직선 구간에서 일시적으로 활용되는 반면, NASCAR 슈퍼스피드웨이에서는 레이스 전반에 걸쳐 여러 차량이 동시에 조직적으로 드래프팅을 형성하며 주행한다.

팩 레이싱: 40대가 만들어내는 집단 지성과 위협

드래프팅의 원리가 개별 차량 두 대 사이의 이야기라면, 팩 레이싱(pack racing)은 그 원리가 40대 이상의 차량 전체로 확장된 현상이다. 데이토나 500에서 차량들은 단순히 나란히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생물체처럼 무리를 이루어 움직인다. 앞차의 후류가 뒷차에게 이익을 주고, 뒷차의 존재가 다시 앞차의 공기저항을 일부 완화해주는 쌍방향 효과까지 발생한다. 물리학적으로 두 대 이상의 차량이 일렬로 늘어섰을 때의 공기역학적 이점은 두 대만 있을 때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팩 레이싱의 가장 극적인 특성은, 선두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선두 차량은 후류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공기저항을 정면으로 받으며 달린다. 반면 2위 차량은 선두의 후류 속에서 에너지를 비축하다가 적절한 순간에 탈출, 저장된 운동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사용하며 추월을 시도할 수 있다. 팩 레이싱 특성상 선두에 있다고 해도 언제든지 드래프팅으로 뒤에서 추월당할 수 있기 때문에, 2등에서 1~3바퀴 정도 남기고 추월을 시도하는 전략을 쓰는 차량이 많다. 이것이 데이토나 500 마지막 몇 바퀴가 왜 그토록 극적인지를 설명한다.

팩 레이싱은 팀워크와 동맹의 차원에서도 복잡한 역학을 낳는다. 같은 자동차 제조사를 쓰는 팀들끼리, 혹은 파트너십을 맺은 팀끼리 서로 드래프팅을 교환하며 경쟁 팀의 팩에 맞선다. 오벌 위에서 40대가 넘는 차량이 엄청난 속도로 경합하는 이 레이스에서는, 치밀한 드래프팅과 팀워크가 단순한 엔진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다. 그 결과 데이토나 500의 우승은 드라이버에게도, 팀에게도, 그리고 협력한 동맹 팀들에게도 공동의 상징적 영예가 된다.

팩 레이싱의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한 차량이 통제력을 잃는 순간, 연쇄 반응으로 수십 대의 차량이 관련되는 대형 충돌, 이른바 ‘빅 원(The Big One)’이 발생할 수 있다. 고속으로 밀집 주행하는 특성상 반응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앞에서 사고가 나면 뒤따르는 차량들은 피할 방법이 거의 없다. 데이토나 500의 역사는 아찔한 충돌들로도 점철되어 있으며, 이러한 위험성이 이 레이스를 더욱 긴장감 넘치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선두에 있다고 안전하지 않다.’ 이 역설이 데이토나 500 마지막 랩을 세계에서 가장 긴장되는 2분으로 만든다.

탱덤 드래프팅과 슈퍼스피드웨이의 전술 진화

데이토나 500 · 사진 Camera Operator: TSGT JACK BRADEN, USAF,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드래프팅의 기술은 수십 년에 걸쳐 진화해 왔다. 그 진화의 한 정점이 ‘탱덤 드래프팅(tandem drafting)’이다. 탱덤 드래프팅은 단순히 뒤에 붙어 달리는 것을 넘어, 뒤 차량이 앞 차량의 범퍼를 실제로 밀어주는 방식으로 두 차량이 하나의 유닛처럼 움직이는 전술이다. 이 전술이 활발히 사용되던 시절, 두 대가 협력하는 탱덤 유닛은 기존 팩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탱덤 드래프팅 과정에서 앞 차량의 범퍼가 실제로 변형되는 일도 있었고, 두 드라이버 사이의 무선 통신이 경주 전략만큼이나 중요해졌다.

NASCAR는 규정 변경을 통해 탱덤 드래프팅의 과도한 활용을 제한하기도 했다. 차량 공기역학 패키지를 조정하고, 리스트릭터 플레이트(restrictor plate) 규정을 강화하면서 팩 레이싱과 탱덤 드래프팅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리스트릭터 플레이트는 엔진 흡기구에 설치하는 작은 판으로, 공기 흡입량을 제한해 엔진 출력을 낮추는 장치다. 데이토나와 탈라데가(Talladega)처럼 가장 빠른 슈퍼스피드웨이에서는 이 장치가 안전을 위해 의무적으로 사용된다. 출력을 줄임으로써 전체 차량의 속도 차이도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차량이 함께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최근 몇 년간 NASCAR는 ‘넥스트 젠(Next Gen)’ 차량을 도입하며 공기역학 패키지도 크게 변화시켰다. 새로운 차량 설계는 팩 레이싱의 역학을 또 한 번 변화시켰다. 넥스트 젠 차량은 이전 세대보다 후류 교란이 더 커져, 앞차 바로 뒤에 있는 차량이 오히려 공기 흐름의 교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생겼다. 이는 드라이버들에게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을 요구했다. 데이토나 500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공기역학 실험실이다.

리스트릭터 플레이트(Restrictor Plate)란?
카뷰레터 또는 흡기 매니폴드에 장착하는 금속 판으로,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량을 제한해 출력을 낮춘다. 데이토나와 탈라데가에서 의무 사용되며, 이를 통해 최고 속도를 제한해 안전을 도모한다. 리스트릭터 플레이트 레이스에서는 차량 간 성능 격차가 크게 줄어 드래프팅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데이토나는 당신이 가장 빠르다는 사실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레이스야. 공기를, 그리고 그 공기 속에 있는 사람들을 읽어야 해.

— 데이토나 500 다수 출전 경력 드라이버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레이스 철학

마지막 랩의 심리전: 2등이 최고의 자리인 순간

데이토나 500의 마지막 몇 바퀴는 레이스 전체를 뒤집을 수 있는 시간이다. 팩 레이싱의 역학상 선두 차량은 공기저항을 홀로 감당하며 에너지를 소진하는 반면, 2위 차량은 그 후류 속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린다. 이 전략적 구도는 ‘2등이 가장 좋은 자리’라는 레이싱 격언을 데이토나에서만큼은 문자 그대로 만들어낸다. 경험 많은 드라이버들은 마지막 1~3바퀴를 남기고 추월을 시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너무 일찍 선두로 나서면 후류 없이 공기저항을 뚫으며 홀로 달려야 하고, 반대로 너무 늦게 치고 나오면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에 모멘텀이 부족해진다.

타이밍의 예술은 드라이버의 감각과 팀 무선 통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피트 월(pit wall)에서 레이스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엔지니어들은 경쟁 차량들의 위치, 연료 잔량, 타이어 상태, 그리고 현재 팩의 역학을 종합해 드라이버에게 최적의 이동 타이밍을 전달한다. 드라이버는 그 지시를 들으면서도 시속 320킬로미터의 환경에서 자신의 직감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 긴장감이 데이토나 500 마지막 10바퀴를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레이싱 시간으로 만든다.

더 나아가, 마지막 랩에서는 동맹이 배신으로 바뀌는 순간도 존재한다. 레이스 내내 서로를 밀어주던 동료 드라이버들이 결승선 직전에는 경쟁자가 된다. 어떤 드라이버가 어느 순간에 파트너와의 협력을 끊고 단독 질주를 선택하느냐는, 순수한 물리 계산이 아니라 신뢰와 배신의 심리학이 개입하는 영역이다. 데이토나 500은 그래서 스포츠이면서도 인간 드라마다. 오벌 트랙 위에서 펼쳐지는 배신과 의리의 이야기, 계산과 본능의 충돌이 200바퀴에 걸쳐 쌓이다가 마지막 한 바퀴에서 폭발하는 것이다.

‘마지막 두 바퀴 전까지 선두에 나서는 건 그냥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바람막이 해주는 것뿐이에요.’ — 데이토나 베테랑 드라이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

공기역학 너머: 타이어, 연료, 그리고 피트 전략

데이토나 500 · 사진 Associated Press Photograph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드래프팅과 팩 레이싱이 데이토나 500의 華이지만, 레이스의 승패를 결정짓는 변수는 더 다양하다. 타이어 마모, 연료 전략, 그리고 피트 스톱 타이밍이 공기역학 전술과 맞물리며 최종 결과를 결정한다. 데이토나의 뱅킹 구간에서는 타이어에 가해지는 원심력과 마찰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타이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타이어가 최적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그립이 떨어지고, 고속 팩 레이싱 중에 그립 손실은 곧 통제력 상실로 이어진다.

연료 전략은 특히 레이스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해진다. 마지막 피트 스톱 타이밍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남은 랩을 풀 탱크로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연료를 아껴가며 달려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연료를 아끼는 주행은 속도를 희생하게 되고, 팩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다. 반면 너무 일찍 마지막 피트 스톱을 마친 차량은 연료가 충분하지만 레이스 후반의 팩 합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모든 변수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팀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데이토나 500에서 팀은 차를 만드는 집단이 아니라 전쟁을 기획하는 참모 집단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피트 스톱 자체도 또 하나의 극적인 순간이다. 4명에서 5명의 타이어 교체 크루가 18초 안팎의 시간 안에 타이어 4개를 교체하고 연료를 보충한다. 이 짧은 순간의 실수가 수십 개의 트랙 포지션을 날려버릴 수 있다. 데이토나 500의 광경은 트랙 위만이 아니라 피트 레인에서도 완성된다. 체계적이고 정교한 피트 크루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이며, 레이스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설들의 이야기: 데이토나 500이 새긴 역사적 순간들

데이토나 500의 역사에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리처드 페티(Richard Petty)는 데이토나 500에서 7번 우승하며 ‘The King’이라는 영원한 별명을 얻었다. 그의 선명한 파란색과 빨간색 STP 후원 차량은 데이토나의 상징이 되었다. 페티의 7번 우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슈퍼스피드웨이를 지배하는 드래프팅 기술과 팀 전략, 그리고 레이스를 읽는 지혜의 총합이었다.

그러나 데이토나 500의 역사에서 가장 무거운 페이지는 2001년 2월로 열린다. NASCAR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라이버 중 한 명이었던 데일 어른하트 시니어(Dale Earnhardt Sr.)가 마지막 랩 마지막 코너에서 충돌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데이토나 500의 결승선이 불과 수백 미터 앞에 있던 그 순간이었다. 이 비극은 NASCAR 안전 기준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었고, HANS(Head And Neck Support) 장치의 의무화와 세이프-셀(SAFER) 배리어 설치 등 수많은 안전 개선으로 이어졌다. 데이토나 500은 그 영광만큼이나 깊은 슬픔도 품고 있다.

데이토나 500은 또한 이변과 드라마의 레이스다. 압도적인 우승 후보가 마지막 바퀴에서 연료 부족으로 주저앉거나, 무명에 가까웠던 드라이버가 완벽한 드래프팅 타이밍으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는 장면들이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되었다. 이것이 데이토나 500을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닌, 서사가 있는 스포츠로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다. 트랙의 길이는 고정되어 있지만, 그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이야기는 매년 다시 쓰인다.

데일 어른하트와 안전 혁명
2001년 데일 어른하트 시니어의 사망 이후 NASCAR는 안전 장비와 트랙 시설의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HANS 장치 의무화, 트랙 벽면의 흡수재 역할을 하는 SAFER 배리어 도입, 그리고 차량 구조 강화 등 일련의 안전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 변화들은 이후 수많은 심각한 충돌에서 드라이버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의 눈으로 본 데이토나 500: 오벌이 낯설어도 공기역학은 보편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NASCAR와 데이토나 500은 F1이나 르망 24시간보다는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일 수 있다. 좌회전만 반복하는 오벌 트랙 레이싱이 처음에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이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 안에 담긴 공기역학과 전략의 층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코너링 기술보다 드래프팅과 포지셔닝이 핵심인 데이토나 500은, ‘빠른 차가 이긴다’는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 레이싱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한국의 모터스포츠 팬들이 데이토나 500에서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도 있다. 드래프팅의 원리는 자전거 경기 애호가들에게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클링 문화에서 펠로톤(peloton) 주행은 드래프팅의 직접적인 응용이다. 또한 한국의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iRacing(아이레이싱)을 통해 데이토나 서킷을 가상으로 경험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 아이레이싱에서 슈퍼스피드웨이 레이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드래프팅 기술을 익히는 것이 데이토나 500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모터스포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현재, 한국 자동차 산업과 레이싱의 접점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NASCAR 참여는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공기역학 기술과 고성능 차량 개발에서 데이토나 500이 제기하는 공학적 질문들은 한국 자동차 엔지니어들에게도 무관하지 않다. 슈퍼스피드웨이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검증된 공기역학 데이터는 도로 위 일반 자동차의 연비와 안정성 개선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한국 팬의 시선

한국에서 NASCAR와 데이토나 500은 여전히 생소한 영역이다. 하지만 드래프팅이라는 개념 하나만 놓고 보면, 한국 독자들은 이미 그 원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앞사람 뒤에 붙어 달릴 때 왜 덜 힘든지 몸으로 알고 있고, 아이레이싱 같은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슈퍼스피드웨이에서 드래프팅을 제어하는 감각을 디지털로 익히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고성능·고효율을 향해 나아가는 시대에, 데이토나 500이 던지는 공기역학의 질문은 트랙 위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매년 2월, 플로리다의 오벌 트랙에서 40대의 차량이 쓰는 공기의 언어는, 지구 반대편 한국의 연구소에서도 조용히 번역되고 있다.

데이토나 500은 200바퀴 동안 보이지 않는 공기와 싸우는 레이스다. 선두를 달리는 것은 영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독하고 위험한 자리다. 공기저항을 홀로 뚫으며 후방 차량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는 아이러니한 처지. 그래서 이 레이스는 단순히 가장 빠른 차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나누고 타이밍을 읽고, 신뢰와 배신의 경계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차가 이기는 게임이다. 결승선을 넘는 0.001초의 차이 뒤에는, 500마일에 걸쳐 쌓인 수천 번의 계산과 수백 번의 선택이 있다. 데이토나 500이 매년 세계를 멈추게 하는 이유는, 그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결코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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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이미지 크레딧
  • 데이토나 500 — Curtis Palmer,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데이토나 500 — Freewheeling Daredevil,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데이토나 500 — Camera Operator: TSGT JACK BRADEN, USAF,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 데이토나 500 — Associated Press Photograph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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