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재키 익스 — ‘미스터 르망’이 된 벨기에의 거장

르망 24시에서 여섯 번 우승한 사람, 그리고 그 위험한 출발 방식에 홀로 걸어서 저항한 사람. 재키 익스는 기록으로도, 신념으로도 내구 레이싱의 전설이 됐다. 사람들은 그를 ‘미스터 르망’이라 부른다.

3줄 요약
1재키 익스는 르망 24시를 여섯 차례 우승하며 ‘미스터 르망’으로 불린다.
21969년, 그는 위험한 ‘르망 스타트’에 홀로 걸어서 항의하고도 그 레이스를 이겼다.
3F1에서도 준우승을 다퉜고, 다카르 랠리까지 제패한 다재다능한 거장이었다.

24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는 르망은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가혹한 시험이다. 이 극한의 무대에서 여섯 번이나 정상에 오른 사람이 있다. 벨기에의 재키 익스다. 그러나 그를 전설로 만든 것은 우승 횟수만이 아니었다. 안전에 대한 신념으로 레이스의 관행을 바꾼 용기까지 — 이 글은 ‘미스터 르망’의 두 얼굴을 함께 이야기한다.

한눈에 보는 재키 익스
별명‘미스터 르망’ (원조)
르망 24시 우승6회 (1969·75·76·77·81·82)
르망 출전15회 (1966~1983)
1969년 상징 장면위험한 출발에 걸어서 항의 후 우승
F1월드챔피언 준우승 경쟁
기타다카르 랠리 우승 등 다재다능
재키 익스
재키 익스 — ‘미스터 르망’이 된 벨기에의 거장 · 사진 WolfgangS at German Wikipedia ( Original text: WolfgangS ),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미스터 르망’ — 여섯 번의 정상

재키 익스는 1966년부터 1983년까지 무려 15차례 르망 24시에 출전해, 그중 여섯 번 우승했다. 1969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1970년대 중반의 3연패, 그리고 1980년대 초반의 우승까지 —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르망을 지배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머신으로 이룬 성과라는 점이 특히 놀랍다. 포드, 페라리, 포르쉐 등 여러 제조사의 프로토타입을 몰며 그는 매번 정상에 다가섰다. 그만큼 내구 레이싱의 본질 — 속도와 인내, 기계에 대한 이해 — 을 완벽히 체득하고 있었다.

이 압도적 기록 덕분에 그는 ‘미스터 르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훗날 이 별명을 물려받은 후배들이 나왔지만, 그 원조는 언제나 재키 익스였다.

1969년, 위험한 출발에 홀로 걸어서 저항하다

재키 익스
재키 익스 · 사진 Gillfoto from Juneau, Alaska, United States,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당시 르망은 독특한 출발 방식으로 유명했다. 드라이버들이 트랙 반대편에 도열해 있다가, 신호와 함께 트랙을 가로질러 달려가 차에 올라타 곧바로 출발하는 ‘르망 스타트’였다. 극적인 장면이었지만, 서두르다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지 못한 채 고속 주행에 나서는 위험이 있었다.

1969년, 재키 익스는 이 관행에 홀로 저항했다. 신호가 떨어지자 다른 드라이버들이 전력 질주할 때, 그는 천천히 걸어가 침착하게 안전벨트를 매고 마지막으로 출발했다. 안전에 대한 명백한 항의였다.

놀라운 것은 결말이다. 꼴찌로 출발한 그가, 24시간의 사투 끝에 그 레이스를 우승한 것이다. 신념을 지키면서도 이겼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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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전력 질주할 때, 그는 걸어가 벨트를 맸다 — 그리고 그 레이스를 이겼다.

신념이 바꾼 규칙

익스의 저항은 단순한 개인 행동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문제 제기는 르망 스타트의 위험성을 세상에 각인시켰고, 결국 이 위험한 출발 방식은 폐지됐다. 이후 르망은 안전한 방식으로 출발하게 됐다.

한 드라이버의 신념이 레이스의 규칙 자체를 바꾼 것이다. 이는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반복되는 패턴 — ‘용기 있는 개인이 안전의 진보를 이끈다’ — 의 대표적 사례다. 익스는 그저 빠른 드라이버가 아니라, 스포츠를 더 안전하게 만든 인물이기도 했다.

빠르게 이기는 것과 옳게 이기는 것 사이에서, 그는 후자를 택하고도 전자를 이뤘다. 그것이 재키 익스를 단순한 챔피언 이상으로 만든 이유다.

빠르게 이기는 것보다, 옳게 이기는 것이 더 어렵다.

— 재키 익스의 1969년이 남긴 교훈

르망을 넘어 — F1과 다카르까지

재키 익스
재키 익스 · 사진 Taisyo,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익스의 재능은 내구 레이싱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F1에서도 정상급 드라이버였다. 여러 시즌에 걸쳐 그랑프리 우승을 거뒀고, 월드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했다. F1과 내구 레이싱을 동시에 최고 수준으로 병행한 것이다.

1970년대 초에는 마리오 안드레티와 팀을 이뤄 여러 내구 레이스를 함께 제패하며, 종목과 국경을 넘나드는 협업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로 다른 대륙의 전설들이 한 팀으로 정상에 오른 셈이다.

심지어 그는 사막의 극한 레이스인 다카르 랠리에서도 우승했다. 서킷의 F1과 르망, 그리고 사막의 오프로드까지 — 익스는 모터스포츠의 거의 모든 얼굴을 정복한 진정한 만능 레이서였다.

속도와 신념을 함께 남긴 거장

재키 익스의 유산은 두 갈래다. 하나는 르망 6승이라는 압도적 기록이고, 다른 하나는 안전을 위해 관행에 맞선 신념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있기에 그는 단순한 ‘빠른 드라이버’가 아니라 ‘위대한 레이서’로 기억된다.

그의 이야기는 오늘날 내구 레이싱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하나의 기준점이다. 르망을 논할 때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안전의 역사를 논할 때도 그가 소환된다. 트랙 위와 트랙 밖 모두에서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미스터 르망’이라는 별명은 여러 후배에게 이어졌지만, 그 원형은 언제나 재키 익스다. 여섯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침착한 걸음 — 그 둘이 함께 만든 전설이다.

재키 익스
재키 익스 · 사진 Lothar Spurzem, CC BY-SA 2.0 de, via Wikimedia Commons
재키 익스
재키 익스 · 사진 Evers, Joost / Anefo / neg. stroken, 1945-1989, 2.24.01.05, item number 922-5452, CC BY-SA 3.0 nl, via Wikimedia Commons

한국 팬의 시선

재키 익스의 1969년 ‘걸어서 출발한 항의’는 한국 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모두가 관행을 따를 때 홀로 위험을 지적하고, 그러면서도 결과로 증명한 그의 태도는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안전 불감증이 사회적 화두인 한국에서, ‘옳은 것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개인’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그의 신념이 실제로 규칙을 바꿨다는 사실은, 한 사람의 용기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재키 익스는 르망을 여섯 번 정복한 ‘미스터 르망’이자, 안전을 위해 홀로 걸어간 신념의 드라이버다. 24시간의 사투에서 보여준 인내와, 출발선에서 보여준 용기 — 그 둘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진정으로 위대한 레이서는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평생으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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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이미지 크레딧
  • 재키 익스 — WolfgangS at German Wikipedia ( Original text: WolfgangS ),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재키 익스 — Gillfoto from Juneau, Alaska, United States,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재키 익스 — Taisyo,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재키 익스 — Lothar Spurzem, CC BY-SA 2.0 de, via Wikimedia Commons
  • 재키 익스 — Evers, Joost / Anefo / neg. stroken, 1945-1989, 2.24.01.05, item number 922-5452, CC BY-SA 3.0 nl,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