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모터스포츠의 어두운 면 — 약물·도핑 스캔들

육상이나 사이클의 도핑은 익숙하다. 그런데 앉아서 차를 모는 모터스포츠에도 약물 검사가 있고, 그것에 걸려 챔피언 타이틀과 커리어를 잃은 이들이 있다. 속도의 세계에도 그림자는 있었다.

3줄 요약
1체코의 토마시 엔게는 양성 반응으로 사실상 확정된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2NASCAR에서는 메이필드·올멘딩거 등의 양성 반응이 리그를 뒤흔들었다.
3모터스포츠 약물은 대부분 성적 향상이 아닌 기호·부주의성 사례였지만, 제재는 엄격했다.

‘가만히 앉아 운전하는데 무슨 도핑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모터스포츠 드라이버는 극한의 심박수와 중력가속도, 고도의 집중력을 견디는 엄연한 운동선수다. FIA는 이들에게도 다른 종목과 같은 반도핑 규정을 적용한다. 이 글은 모터스포츠 역사에 남은 약물 스캔들과, ‘레이싱에 약물이 정말 통하는가’라는 질문을 차분히 다룬다.

한눈에 보는 모터스포츠 도핑
첫 F1급 적발토마시 엔게 (2002, 대마초 → 타이틀 박탈)
NASCAR메이필드(메스암페타민)·올멘딩거(암페타민)
포뮬러 E/F1프랑크 몽타니 (코카인 계열)
검사 주체FIA (WADA 반도핑 규정 준용)
특징성적 향상보다 기호·부주의 사례 다수
제재출전 정지·타이틀 박탈 등 엄격
모터스포츠 도핑
모터스포츠의 어두운 면 — 약물·도핑 스캔들 · 사진 Ford Racing,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모터스포츠에도 도핑 검사가 있다

F1을 비롯한 FIA 주관 대회의 드라이버들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규정을 준용한 검사를 받는다. 경기 전후 무작위 소변 검사가 이뤄지고, 금지 약물 목록도 다른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 아침 예고 없이 검사관이 찾아와 드라이버들이 놀랐다는 일화도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레이싱 드라이버는 레이스 중 심박수가 분당 170~190까지 치솟고, 강한 중력가속도를 수십 분간 견딘다. 순간의 판단 착오가 생명과 직결되기에, 약물로 인한 판단력·반응 저하는 본인뿐 아니라 동료 드라이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즉 모터스포츠의 반도핑은 ‘공정성’만큼이나 ‘안전’의 문제다. 그래서 제재도 엄격하다.

토마시 엔게 — 챔피언을 빼앗긴 드라이버

모터스포츠 도핑
모터스포츠 도핑 · 사진 KAgamemnon,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F1 무대까지 밟았던 체코의 토마시 엔게는, 2002년 F1 바로 아래 단계인 F3000에서 대마초 양성 반응으로 우승과 포인트를 박탈당했다. 그 결과 사실상 손에 넣었던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놓쳤다.

모터스포츠 최상위권에서 나온 첫 대형 도핑 적발 사례였다. 그는 이후에도 다른 대회에서 재차 양성 반응이 나와 장기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엔게의 사례는 ‘기호용 약물’조차 커리어를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성적 향상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씁쓸한 결말이었다.

NASCAR를 뒤흔든 양성 반응

미국 최대 인기 모터스포츠 NASCAR도 약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제러미 메이필드는 강화된 새 약물 정책 아래 메스암페타민 양성 반응으로 무기한 출전 정지를 받은 첫 드라이버가 됐고, 이후 트랙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촉망받던 AJ 올멘딩거는 2012년 암페타민 성분 양성 반응으로 정지됐다. 그는 ‘에너지 알약인 줄 알고 먹었다’고 해명했고, NASCAR의 재활 프로그램을 마친 뒤 복귀했다.

두 사례는 대조적이다. 한쪽은 커리어의 끝으로, 다른 한쪽은 재기의 기회로 이어졌다. NASCAR가 ‘처벌’과 ‘재활’을 함께 운영한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성적을 높이려는 약물이 아니었지만, 대가는 커리어 전체였다.

몽타니와 포뮬러 E

모터스포츠 도핑
모터스포츠 도핑 · 사진 photo taken by Dirk Goldhahn , Cropped by Morio,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전직 F1 드라이버 프랑크 몽타니는 포뮬러 E 초창기에 코카인 계열 성분 양성 반응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전기차 레이싱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반도핑 규정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이처럼 모터스포츠의 도핑 사례는 종목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경기력 향상’을 노린 전문적 도핑이라기보다는 기호용 약물이나 부주의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애초에 모터스포츠에서 약물은 성적에 도움이 되기는 할까?

300km/h의 세계에서 맑은 정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 모터스포츠 반도핑의 원칙

약물은 레이싱에 정말 통하는가

이론적으로는 각성제가 집중력과 반응 속도를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다. 장거리 내구 레이스에서 졸음을 쫓거나 각성을 유지하는 데 유혹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판단력 저하, 심박 이상, 탈진 위험이 따른다.

무엇보다 현대 모터스포츠는 정교한 데이터와 팀 전략, 그리고 수천 시간의 훈련으로 승부가 갈린다. 약물 한 알로 랩타임이 극적으로 빨라지는 종목이 아니다. 실제 적발 사례 대부분이 성적과 무관한 기호용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모터스포츠의 도핑 문제는 ‘부정한 이득’보다 ‘안전과 프로페셔널리즘’의 관점에서 다뤄진다. 트랙 위 300km/h의 세계에서, 맑은 정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엄격한 반도핑, 그 이유

FIA는 도핑을 매우 엄격하게 다룬다. 무작위 검사, WADA 기준의 금지 목록, 그리고 위반 시 강력한 제재까지 — 다른 어떤 스포츠 못지않다. 성적 향상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이렇게 엄격한 이유는, 앞서 말했듯 ‘안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드라이버가 흐린 정신으로 트랙에 나서는 순간, 그것은 20명 넘는 동료 드라이버와 코스 주변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 모터스포츠에서 반도핑은 공정성의 문제이자, 동시에 생명의 문제다.

약물 스캔들은 화려한 속도의 세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그러나 그 그림자를 직시하고 규정을 다듬어 온 과정이야말로, 이 스포츠가 스스로를 지켜 온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 팬의 시선

한국 스포츠계도 도핑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그때마다 ‘공정성’이 화두였다. 모터스포츠의 도핑이 특별한 점은, 그것이 ‘이기기 위한 부정’이라기보다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다뤄진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도 모터스포츠 저변이 넓어지고 프로 드라이버가 늘어나는 만큼, 선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반도핑 문화의 정착이 중요해지고 있다. 화려한 속도 이면의 ‘보이지 않는 규율’을 이해하는 것도 성숙한 팬의 몫이다.

모터스포츠의 약물 스캔들은 다른 종목처럼 ‘기록 조작’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의무’의 이야기다. 챔피언을 잃은 엔게, 트랙을 떠난 메이필드의 사례는 화려한 세계에도 엄연한 규율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속도를 사랑한다면, 그 속도를 지탱하는 규율도 함께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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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이미지 크레딧
  • 모터스포츠 도핑 — Ford Racing,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모터스포츠 도핑 — KAgamemnon,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 모터스포츠 도핑 — photo taken by Dirk Goldhahn , Cropped by Morio,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