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오프로드

바하 1000: 멕시코 사막이 만들어낸 가장 거친 전설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이 아니라, 사막이 직접 그어주는 코스가 있다.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에서 열리는 바하 1000은 포장도로도, 관중석도, 안전망도 사치인 레이스다. 오직 기계와 인간이 1,600km의 모래와 바위를 버텨내야만 완주라는 두 글자가 허락된다.

3줄 요약
1바하 1000은 멕시코 엔세나다에서 라 파즈까지 약 1,000마일(1,600km)을 달리는 세계 최장 오프로드 레이스 중 하나다.
2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사막·바위·강 등 극한의 자연 지형이 그대로 코스가 된다.
32024년 제57회 대회에서는 캔암이 포디움을 휩쓸며 강세를 이어갔고, 완주 자체가 곧 승리로 여겨진다.

이 글은 단순한 레이스 결과 보고서가 아니다. 바하 1000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역사, 그 거친 땅이 만들어낸 전설적 순간들, 그리고 매년 이 사막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따라간다. 엔세나다의 출발선에서 라 파즈의 결승선까지, 지형도 규칙도 날씨도 모두 적인 이 레이스가 왜 반세기가 넘도록 ‘세상에서 가장 거친 오프로드’라는 명성을 잃지 않는지를 살펴본다.

한눈에 보는 바하 1000
정식 명칭스코어 바하 1000 (SCORE Baja 1000)
개최지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
코스 거리약 1,000마일(1,600km)
역사50년 이상 (2024년 기준 제57회)
주관 단체SCORE 인터내셔널
바하 1000
바하 1000: 멕시코 사막이 만들어낸 가장 거친 전설 · 사진 LPhillippi,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반도의 끝에서 끝으로: 바하 1000의 무대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아래로 길게 뻗은 땅이다. 태평양과 코르테스해(캘리포니아만) 사이에 낀 이 반도는 길이만 약 1,250km에 달하며, 대부분이 사막과 산악 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이 개발하기엔 너무 척박하고, 레이스를 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무대다. 매년 11월, 이 반도의 북쪽 도시 엔세나다에서 출발 총성이 울리면 참가자들은 바하 칼리포르니아의 내장을 가르며 남쪽 끝 라 파즈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코스는 포장도로가 아니다. 모래 사구, 날카로운 바위 지대, 말라버린 강바닥, 선인장 밭, 좁은 협곡이 이어진다. GPS가 발달한 현대에도 코스는 매년 조금씩 달라지며, 참가자들은 사전 답사(프리런)를 통해 수백 킬로미터의 루트를 머릿속에 새겨야 한다. 밤이 되면 조명이라곤 자신의 차량 헤드라이트뿐이고, 열기와 먼지, 사막의 냉기가 번갈아 가며 드라이버를 공략한다. 어떤 구간은 마을을 그대로 관통하며, 길가에 나와 응원하는 현지 주민들과 불과 수 미터 거리로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레이스 거리는 대회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약 1,000마일’, 즉 1,600km 안팎이 기준이다. 2024년 제57회 대회 기준으로 공식 코스는 약 1,400km로 운영됐다. 일반 서킷 레이스와 비교하면 르망 24시간의 경우 드라이버 교대를 통해 약 5,000km를 주파하지만, 그것은 포장된 서킷 위에서다. 바하 1000의 1,400km는 전혀 다른 차원의 거리다. 단 한 번의 펑크, 단 한 번의 잘못된 라인 선택이 레이스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

엔세나다와 라 파즈: 출발과 도착의 상징
엔세나다는 바하 칼리포르니아 북부의 항구 도시로, 매년 바하 1000 출발지로서 레이스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감싼다. 라 파즈는 반도 남쪽 바하 칼리포르니아 수르 주의 주도로, 이곳 결승선에 들어오는 순간이 완주자에게 허락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다.

50년의 역사: 전설은 어떻게 시작됐나

바하 1000
바하 1000 · 사진 MojaveRacer208,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바하 1000의 역사는 196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인근에는 모험심 강한 오프로드 애호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막을 달리는 비공식 행사들이 있었다. 1967년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형태의 경기가 열렸고, 이것이 오늘날 바하 1000의 원형이 됐다. 이후 SCORE 인터내셔널(Southern California Off-Road Enthusiasts)이 대회 주관을 맡으면서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오토바이와 버기카가 주력이었다. 당시의 기계적 신뢰성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았고, 완주율은 때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타이어가 터지면 흙바닥에 앉아 직접 교체해야 했고, 엔진이 멈추면 사막 한복판에 고립됐다. 그 시절의 사진들은 먼지를 뒤집어쓴 드라이버들의 얼굴을 담고 있는데, 그 눈빛에는 공통적으로 무언가 반쯤 미친 듯한 결의가 담겨 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하 1000은 여러 전설적인 드라이버와 팀을 배출했다. 짐 홀의 체퍼럴, 맬컴 스미스의 오토바이 우승, 래리 시나이덜의 기록적인 완주 횟수 등은 이 레이스가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권임을 증명하는 이야기들이다. 포드, 토요타,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도 이 무대를 통해 오프로드 기술력을 과시했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폭스바겐은 바하 1000을 위한 콘셉트카를 별도로 공개할 만큼 이 대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완주율이 절반에도 못 미쳤던 시절, 그 사막에서의 완주는 곧 전설의 자격이었다.

코스가 곧 적이다: 바하 1000의 극한 지형

바하 1000의 가장 큰 특징은 코스 자체가 살아 움직인다는 점이다. 인위적으로 설계된 레이스트랙이 아니라 자연 지형 그대로를 달리기 때문에, 봄에 답사했던 루트가 여름 폭우로 완전히 달라져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막의 모래는 차량 하부를 파고들고, 돌출된 바위는 서스펜션을 무너뜨리며, 부드럽게 보이는 모래 구덩이는 순식간에 차량을 삼켜버린다.

코스의 대부분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 구간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반도의 중부에는 험준한 산악 구간이 있어 경사각이 급격히 변하고, 차량은 롤오버 위험을 항시 안고 달려야 한다. 일부 구간에서는 강을 직접 건너야 하는데, 수위가 예측 불가능해 리버 크로싱 자체가 레이스의 하이라이트이자 최대 난관이 된다. 밤 구간에서는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며, 드라이버는 낮에 암기한 코스 메모와 나비게이터의 음성에 의존해 어둠 속을 달린다.

자연만이 적이 아니다. 바하 칼리포르니아 특유의 ‘로코 스톤(Loco Stone)’이라 불리는 불규칙한 돌무더기 구간은 타이어를 순식간에 갈아버리는 것으로 악명 높다. 참가팀들은 레이스 전 타이어 전략을 수립하는데, 어느 구간에서 교체할지, 교체 지점까지 버틸 수 있는지가 완주 여부를 결정짓는다. 평균적으로 상위권 팀은 레이스 중 10회 이상 타이어를 교체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 모든 변수가 합쳐져 바하 1000은 단순히 빠른 차가 이기는 레이스가 아니라 가장 영리하고 강인한 팀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 된다.

프리런: 사막을 먼저 읽는 자가 이긴다
대회 수일 전 참가자들은 ‘프리런(Pre-run)’이라 불리는 사전 코스 답사를 진행한다. 수백 킬로미터의 루트를 직접 달리며 위험 구간, 타이어 교체 포인트, 연료 보급 위치를 기록한다. 이 답사 데이터가 얼마나 정밀하냐에 따라 레이스 결과가 갈리기도 한다.

기계의 전쟁: 버기카부터 트럭까지

바하 1000
바하 1000 · 사진 No machine-readable author provided. Chadrag~commonswiki assumed (based on copyright claim,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바하 1000은 단일 차량 클래스 레이스가 아니다. 오토바이, ATV, 버기카, 픽업트럭, 개조 SUV, 심지어 UTV(유틸리티 테레인 비히클)까지 수십 가지 클래스가 동시에 달린다. 각 클래스는 출발 시간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 사막 위에서는 온갖 종류의 기계들이 뒤섞이는 장관이 펼쳐진다. 먼지 구름 속에서 오토바이가 거대한 트럭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은 바하 1000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최근 들어 UTV 클래스의 성장이 눈에 띈다. 캔암(Can-Am)의 메이버릭 시리즈로 대표되는 UTV들은 빠른 기술 발전을 통해 전통적인 버기카에 맞먹는 성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2024년 제57회 바하 1000에서 캔암은 UTV 클래스에서 포디움을 독식했다. 완주 드라이버 올섭은 ‘약 1,400km의 코스를 완주하며 모든 역경을 극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는데, 이 말 한마디가 바하 1000의 본질을 함축한다.

픽업트럭 클래스는 바하 1000의 꽃이라 불린다. 토요타 태컴과 포드 F-150 랩터 같은 차량들이 완전히 개조된 형태로 출전하는데, 차체 외관만 양산차와 비슷할 뿐 내부는 레이싱 전용 서스펜션, 케이지, 연료 탱크로 가득 채워진 별개의 기계다. 이 차들은 모래 위를 시속 180~200km로 달릴 수 있으며, 착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일반 차량의 몇 배에 달한다. 폭스바겐이 바하 1000을 위한 별도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을 정도로, 이 레이스는 완성차 브랜드들에게도 중요한 기술 실증 무대다.

사막 위에서는 오토바이와 트럭이 같은 먼지 구름 속을 달린다. 바하 1000만이 허락하는 혼돈이자 장관이다.

우리 팀은 약 1,400km의 코스를 완주하며 모든 역경을 극복했습니다. 이것이 바하의 의미입니다.

— 2024 스코어 바하 1000 UTV 클래스 완주 드라이버 올섭

팀워크와 피트 크루: 보이지 않는 절반의 레이스

바하 1000을 ‘드라이버의 레이스’로만 보면 반만 본 것이다. 코스 전체에 배치된 피트 크루, 체이스 트럭 팀, 기계공, 타이어 교체 요원들이 없다면 어떤 팀도 완주선에 도달할 수 없다. 레이스 총거리가 1,400km를 넘기 때문에, 팀은 코스 곳곳에 보급 포인트를 설정하고 연료와 타이어, 예비 부품을 미리 배치해둔다. 이 모든 로지스틱스를 조율하는 것이 팀 디렉터의 역할이며, 잘못된 보급 계획 하나가 드라이버를 사막 한복판에 고립시킬 수 있다.

체이스 트럭 팀은 레이스카와 별개의 루트로 이동하며 다음 보급 포인트에서 드라이버를 기다린다. 사막 비포장길을 질주하는 레이스카를 따라가야 하므로, 체이스 트럭 자체도 상당한 오프로드 능력을 갖춰야 한다. 간혹 체이스 트럭이 먼저 고장 나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지는데, 이럴 때는 즉석에서 대체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바하 1000의 피트 크루들은 드라이버 못지않은 사막 경험과 기계적 지식을 요구받는다.

무전 통신도 핵심이다. 코스 전체에 걸쳐 팀원들이 무전으로 실시간 코스 상황을 공유한다. ‘3번 코너 이후 깊은 모래 구덩이 있음’, ‘7번 강 수위 높아짐’ 같은 정보가 드라이버에게 수시로 전달된다. 이 정보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느냐에 따라 차량 파손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바하 1000은 드라이버 한 명의 용기와 기술만으로는 결코 완주할 수 없는 레이스다. 팀 전체가 사막을 함께 달리는 것이다.

완주가 곧 승리: 바하 1000의 철학

바하 1000에서는 특이한 문화가 있다.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한 팀과, 48시간 만에 가까스로 들어온 팀 모두가 동등하게 환호를 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클래스별 우승자는 존재하고, 오버럴 최단 시간을 기록한 팀이 최고의 영예를 얻는다. 그러나 이 레이스에서 ‘완주’의 가치는 어느 다른 레이스보다 무겁다. 출발한 팀의 상당수가 완주에 실패하는 이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밟은 모든 이에게는 그 자체로 박수가 쏟아진다.

이 철학은 바하 1000이 단순한 경쟁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백 팀, 수천 명의 참가자가 몰린다. 그 중에는 다국적 기업의 지원을 받는 공장팀도 있고, 수년간 저축해 직접 차를 만들어 온 아마추어 팀도 있다. 이 두 극단이 같은 사막 위에서 같은 먼지를 마시며 달린다는 것, 그리고 둘 다 동등하게 완주의 의미를 공유한다는 것이 바하 1000의 본질이다.

레이스에 참가한 드라이버들은 종종 ‘바하에 한 번 빠지면 평생 돌아온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바하 1000에는 수십 번 참가한 베테랑들이 적지 않다. 매년 같은 사막이지만, 코스는 달라지고 기계는 진화하며 자신도 늙어간다. 그럼에도 해마다 11월이 되면 엔세나다로 향하는 이유를 그들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냥, 가야 한다고 말한다.

완주율이 50%를 밑도는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밟은 자는 모두 승자다.

2024년 제57회 대회: 캔암의 시대

2024년 바하 1000은 제57회를 맞이했다.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만 일대를 무대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것은 캔암이었다. UTV 클래스에서 캔암 메이버릭 머신들이 포디움을 싹쓸이하며 브랜드의 오프로드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완주 드라이버 올섭은 약 1,400km에 달하는 코스를 완주한 후 ‘모든 역경을 극복한 팀 전체의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2024년 대회는 코스 난이도 면에서도 특히 도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구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지형 변화로 차량 파손이 속출했고, 완주율은 예년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위권 팀들도 타이어 트러블과 서스펜션 파손을 겪었으며, 피트 크루의 신속한 대응이 순위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 레이스 후반부 밤 구간에서는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먼지로 인해 여러 팀이 코스를 이탈하는 사고도 있었다.

자동차 브랜드들의 참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 레이스를 위한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오프로드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고, 기타 여러 메이저 브랜드들도 레이스 참가 또는 후원을 통해 바하 1000을 자사 기술의 시험대로 활용하고 있다. 50년 전과 지금은 기계의 성능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사막은 여전히 그 어떤 기술도 완벽히 정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변함이 없다.

캔암 메이버릭 X3: UTV의 판도 바꾼 기계
캔암 메이버릭 X3는 터보차저 엔진과 장거리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갖춘 UTV로, 최근 몇 년간 바하 1000을 비롯한 오프로드 레이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고성능 오프로드 레이싱을 가능하게 해 아마추어 팀들에게도 인기다.

한국의 눈으로 바라본 바하 1000

한국에서 바하 1000은 아직 생소한 이름이다. 포뮬러 원이나 WRC는 국내 팬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오프로드 레이스는 미디어 노출이 적어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그러나 모터스포츠 마니아 커뮤니티에서 바하 1000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친 레이스’ 중 하나로 꾸준히 회자되며 마니아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바하 1000 영상을 접한 한국 시청자들의 댓글에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대한 경이감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과의 접점은 기술 쪽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최근 오프로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WRC에서 현대 i20 N 랠리카의 성과를 통해 오프로드 내구성을 입증해왔다. 직접적으로 바하 1000에 참전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지만, 글로벌 오프로드 레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브랜드들의 이 무대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KG모빌리티)의 렉스턴 스포츠나 현대의 싼타크루즈 같은 픽업 계열 차량이 장기적으로 이런 무대에 이름을 올리는 날이 온다면, 바하 1000은 한국 독자들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올 이름이 될 것이다.

국내 오프로드 씬에서도 바하 1000은 하나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강원도 산악지형이나 제주 오름 인근에서 열리는 국내 오프로드 대회 참가자들은 종종 ‘언젠가 바하에 가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공유한다. 레이스가 아닌 여행의 관점에서도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는 세계 최고의 오프로드 드라이빙 목적지 중 하나로 꼽히며, 매년 이 반도를 향하는 한국인 오프로드 애호가들의 수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한국 팬의 시선

한국에서 바하 1000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그러나 모터스포츠의 본질, 즉 인간과 기계가 자연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행위에 대한 감동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현대·기아가 WRC 무대에서 한국차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 언젠가 한국 브랜드 혹은 한국 드라이버가 바하 칼리포르니아의 사막을 달리는 날을 기대하는 것이 지나친 꿈은 아닐 것이다. 그날이 오면, 바하 1000이라는 이름은 한국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엔세나다의 출발선에서 울리는 총성은 매년 11월 사막의 정적을 가른다. 그 소리를 듣고 달려 나간 수천 명의 참가자들 중 일부만이 라 파즈에서 결승선 테이프를 끊는다. 나머지는 사막 어딘가에 자신의 기계를 남겨두고 돌아온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내년 11월, 또 이 사막 앞에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을. 바하 1000이 전설인 이유는 기록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길도 없는 곳에 스스로 길을 만들며 달리는, 가장 원초적인 레이스 본능의 증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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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이미지 크레딧
  • 바하 1000 — LPhillippi,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 바하 1000 — MojaveRacer208,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바하 1000 — No machine-readable author provided. Chadrag~commonswiki assumed (based on copyright claim,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