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서티스 — 두 바퀴와 네 바퀴를 모두 정복한 유일한 챔피언
오토바이 세계 챔피언이 자동차로 갈아타 F1 챔피언까지 된다 — 상상만으로도 비현실적인 이 일을, 존 서티스는 실제로 해냈다. 2륜과 4륜의 최고봉을 모두 밟은, 지금까지도 유일한 인물이다.
모터스포츠에는 두 개의 큰 세계가 있다. 두 바퀴(오토바이)와 네 바퀴(자동차)다. 두 세계는 요구하는 감각도, 기술도, 위험도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한쪽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위대하다. 그런데 존 서티스는 두 세계의 최고봉을 모두 밟았다. 이 글은 그 불가능에 가까운 여정을 따라간다.

두 바퀴의 제왕 — MV 아구스타 시대
존 서티스는 먼저 오토바이에서 전설이 됐다. 이탈리아 명문 MV 아구스타 소속으로, 그는 1950년대 후반 그랑프리 오토바이 최고 클래스를 지배했다. 여러 시즌에 걸쳐 세계 타이틀을 거머쥐며 당대 최강의 라이더로 군림했다.
오토바이 레이싱은 자동차보다 훨씬 위험하다. 보호 장치가 거의 없고, 작은 실수가 곧 대형 부상으로 이어진다. 그런 세계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극한의 재능과 담대함을 동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서티스는 오토바이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다른 도전을 향해 눈을 돌렸다. 네 바퀴, F1이었다.
네 바퀴로의 전향 — 상식을 깬 결정

오토바이 챔피언이 자동차로 전향하는 것은 당시에도 파격이었다. 두 종목은 몸을 쓰는 방식부터 다르다. 오토바이는 온몸으로 균형과 무게 이동을 다루고, 자동차는 정교한 페달·스티어링 조작과 다른 물리 감각을 요구한다.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었지만, 서티스는 빠르게 적응했다. 오토바이에서 갈고닦은 극한의 감각과 균형, 그리고 위험을 다루는 담력이 자동차에서도 통했다. 그는 놀라운 속도로 F1 무대에 안착했다.
그리고 페라리에 합류하면서, 그의 두 번째 정복이 본격화됐다. 이탈리아의 상징적 팀에서, 오토바이 챔피언 출신 영국인이 F1 정상을 노리게 된 것이다.
1964년 — 페라리로 F1 챔피언에 오르다
1964년, 존 서티스는 페라리 소속으로 F1 월드챔피언에 올랐다. 오토바이 세계 챔피언이 자동차 세계 챔피언까지 된 순간이었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치열한 경쟁 끝에 거둔 값진 타이틀이었다.
이로써 그는 2륜과 4륜 최고봉을 모두 정복한 역사상 유일한 인물이 됐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 모터스포츠가 극도로 전문화되면서, 한 사람이 두 종목의 정상에 오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서티스의 이 업적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레이서의 본질은 탈것의 종류가 아니라 속도를 다루는 능력’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오토바이 세계 챔피언이, 자동차로도 세계의 정상에 섰다 — 지금까지 유일하게.
레이서의 본질은 무엇을 타느냐가 아니라, 속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 존 서티스의 커리어가 남긴 메시지
드라이버를 넘어 — 팀을 만든 사람

서티스는 운전대만 잡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훗날 자신의 이름을 건 레이싱 팀 ‘서티스’를 만들어 팀 오너이자 제작자로도 활동했다. 트랙 위의 챔피언이, 트랙 밖에서 팀을 이끄는 경영자로 변신한 것이다.
직접 머신을 만들고 팀을 운영하는 일은 드라이빙과는 또 다른 영역의 도전이었다. 그는 여기서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F1과 하위 카테고리에 도전하며, 모터스포츠에 대한 깊은 헌신을 이어갔다.
이런 다면적 커리어는 그를 단순한 ‘빠른 드라이버’가 아니라, 모터스포츠라는 세계 전체를 이해하고 사랑한 인물로 만들었다.
경계를 넘은 레이서의 유산
존 서티스는 2017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2륜·4륜 동시 제패’라는 기록은,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업적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현대의 어떤 슈퍼스타도 아직 이 기록에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그의 삶은 후대에 깊은 울림을 준다. 안락한 성공에 머물지 않고 완전히 다른 세계에 도전한 용기, 그리고 두 세계 모두에서 정상에 오른 재능. 그것은 ‘한계는 스스로 긋는 선일 뿐’이라는 메시지였다.
말년에 그는 아들을 어린 레이서로 잃는 개인적 비극도 겪었으며, 이후 모터스포츠 안전과 유소년 육성에 힘을 쏟았다. 트랙 위의 영광과 트랙 밖의 헌신을 함께 남긴 그의 이름은, 종목의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레이서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한국 팬의 시선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존 서티스의 ‘2륜·4륜 제패’는, 전문화가 극에 달한 오늘날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에서도 이륜차·사륜차 문화가 각각 성장하고 있지만 두 세계는 여전히 분리돼 있다. 서티스의 이야기는 ‘경계를 넘는 도전’의 가치를, 그리고 진짜 실력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존 서티스는 두 개의 다른 세계에서 각각 정상에 오른, 지금까지 유일한 인물이다. 오토바이의 굉음과 F1의 비명을 모두 정복한 그의 커리어는, 인간의 재능과 용기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종목의 경계는 결국 사람이 만든 선일 뿐이라는 것 — 서티스는 그 선을 유일하게 넘어선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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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 존 서티스 — Derek Morrison from Kuwait, Kuwait,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존 서티스 — Anefo, CC0, via Wikimedia Commons
- 존 서티스 — Spurzem – Lothar Spurzem, CC BY-SA 2.0 de, via Wikimedia Commons
- 존 서티스 — Fabio Alessandro Locati,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존 서티스 — Supermac1961 from CHAFFORD HUNDRED, England,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