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터스포츠

세계 무대에 선 한국 레이서들의 뜨거운 도전기

**지구 반대편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그리고 밤을 지새우는 내구레이스의 트랙 위에서 태극마크를 단 드라이버들이 핸들을 잡아왔다. 한국 레이서들의 세계 무대 도전은 단순한 참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모터스포츠 변방국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내려는, 조용하지만 집요한 싸움이었다.**

3줄 요약
1김한봉 대표는 1996년 파리-다카르 랠리 T2 클래스에 출전해 9위를 기록하며 한국 레이서의 해외 도전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2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는 2020년 24시 두바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 팀의 국제 내구레이스 경쟁력을 세계에 증명했다.
3한국 드라이버들은 F1 진출이라는 최고의 꿈을 향해 여전히 달리고 있으며, 국내외 레이스 경험 축적이 그 발판이 되고 있다.

이 글은 한국 레이서들이 국경을 넘어 세계 모터스포츠 무대에 도전해온 여정을 따라간다. 아프리카 사막의 거친 모래길을 달린 랠리 드라이버부터, 중동의 밤을 24시간 달린 내구레이스 팀까지, 그리고 아직 이루지 못한 F1의 꿈까지. 한국 모터스포츠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두껍고 뜨겁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본다.

한눈에 보는 한국 레이서 세계 도전사
김한봉 파리-다카르 랠리 출전 연도1996년
김한봉 파리-다카르 랠리 T2 클래스 성적9위
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 24시 두바이 우승 연도2020년 (2020년 1월 11일 발표)
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 후원사한국타이어
F1 순수 한국 혈통 드라이버 진출 여부현재까지 없음
한국 레이서
세계 무대에 선 한국 레이서들의 뜨거운 도전기 · 사진 Beren27,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사막을 달린 선구자 — 파리-다카르 랠리와 김한봉

모터스포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파리-다카르 랠리’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정식 명칭은 ‘다카르 랠리(Dakar Rally)’로, 1978년 첫 개최 이후 유럽에서 아프리카 세네갈 다카르까지 이어지는 극한의 오프로드 레이스로 명성을 떨쳤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언덕, 아틀라스 산맥의 험준한 지형, 그리고 수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루트. 단순히 빠른 것만으로는 완주조차 보장할 수 없는 레이스다. 참가자들은 내비게이션 능력, 차량 정비 기술, 그리고 극한 환경에서의 정신력까지 모든 것을 시험받는다.

바로 이 무대에 한국인 레이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펠롭스 레이싱팀 대표가 되는 김한봉은 1996년 파리-다카르 랠리 T2 클래스에 출전해 당당히 9위를 기록했다. T2 클래스는 시리얼 프로덕션, 즉 일반 양산차 기반으로 참가하는 부문으로, 튜닝의 제약이 있는 만큼 드라이버의 기량과 전략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클래스다. 대회 자체가 수십 개국의 베테랑 드라이버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무대인 만큼, 한국 드라이버가 이 대회에서 9위라는 성적을 거뒀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한봉의 도전은 한국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종종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챕터 중 하나다. 당시 한국은 모터스포츠 인프라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고, 대중의 관심도 낮았다. 그런 환경에서 지구 반대편 사막까지 날아가 세계 최고의 랠리 레이서들과 경쟁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서사다. 그가 귀국한 후에도 국내 여러 모터스포츠 이벤트에 출전하며 한국 레이스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단순한 개인의 도전을 넘어 한국 모터스포츠 생태계 전체에 작은 씨앗을 뿌린 것이기도 했다.

‘사막을 달린 한국인’ — 1996년 파리-다카르 랠리 T2 클래스 9위, 김한봉의 도전은 한국 모터스포츠 해외 진출의 이정표였다.

다카르 랠리란?
다카르 랠리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오프로드 랠리 레이스 중 하나다. 원래 파리에서 아프리카 세네갈의 다카르까지 이어지는 루트로 개최됐으나, 2009년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남아메리카로 무대를 옮겼으며,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고 있다. 자동차, 오토바이, 트럭 등 다양한 클래스가 있으며, 참가자들은 극한의 지형과 기후 조건 속에서 2주 이상을 달린다.

내구레이스의 매력 — 24시간 레이스와 한국 팀의 도전

한국 레이서
한국 레이서 · 사진 Republic of Korea from Seoul, Republic of Korea,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파리-다카르 랠리가 ‘거리’의 극한을 시험하는 레이스라면, 24시간 내구레이스는 ‘시간’의 극한을 시험하는 레이스다. 낮과 밤을 오롯이 달리며 차량과 드라이버 모두의 한계를 확인하는 이 형식의 레이스는 르망 24시 레이스(24 Heures du Mans)를 원조로 전 세계 다양한 서킷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24시 두바이(24H Dubai)는 중동의 두바이 오토드롬(Dubai Autodrome)을 무대로 매년 1월에 개최되는 내구레이스로, GT 카부터 다양한 클래스의 차량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다.

2020년 1월, 바로 이 무대에서 한국 팀이 역사를 썼다.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가 24시 두바이 2020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한국 레이싱 팀이 국제 내구레이스 최고 권위의 무대 중 하나에서 거둔 쾌거로,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큰 흥분과 자부심을 안겨줬다. 특히 24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드라이버가 교대로 운전하며 팀 전체의 전략과 피트워크, 차량 신뢰성이 모두 어우러져야 하는 내구레이스의 특성상, 이 우승은 개인의 실력을 넘어 팀 전체의 역량이 세계 수준임을 증명한 것이기도 했다.

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의 이 성과는 한국 타이어 산업과 모터스포츠의 접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타이어는 오랫동안 세계 다양한 모터스포츠 시리즈에서 타이어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쌓아왔고, 이를 기반으로 직접 팀을 후원하거나 운영하는 형태로 무대를 넓혀왔다. 단순한 스폰서십을 넘어 한국 기업과 한국 드라이버, 한국 타이어가 함께 국제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는 것은, 한국 모터스포츠 생태계가 서서히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타이어 후원 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 2020년 24시 두바이 우승 — 한국 팀이 국제 내구레이스 무대에서 정상에 서다.

24시 두바이(24H Dubai) 개요
24시 두바이는 두바이 오토드롬(Dubai Autodrome)에서 매년 1월 개최되는 국제 내구레이스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24H 시리즈(24H Series)의 일환으로, GT3, GT4 등 다양한 클래스의 차량이 참가한다. 팀당 복수의 드라이버가 교대로 탑승하는 방식이며, 24시간 동안 최다 랩을 기록한 팀이 우승하는 형식이다.

24H 시리즈를 주무대로 — 꾸준히 넓어지는 한국의 국제 레이스 반경

24시 두바이에서의 우승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한국의 레이싱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4H 시리즈’를 주무대로 삼아 해외 레이스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려는 방향성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4H 시리즈는 두바이를 시작으로 유럽 각지의 서킷을 돌며 시즌을 구성하는 내구레이스 챔피언십으로, 진입 장벽이 비교적 합리적이면서도 국제적인 경쟁 수준을 갖추고 있어 한국 팀들이 세계 무대 경험을 쌓기에 적합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시도들은 개별 드라이버나 팀의 차원을 넘어 한국 모터스포츠 생태계 전반의 성숙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해외 레이스에 참가함으로써 드라이버들은 다른 나라의 레이싱 문화와 경쟁 방식을 직접 체험하고, 차량 세팅과 전략 운용 측면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동시에 팀 엔지니어와 메카닉들도 국제 수준의 피트워크와 기술 기준을 경험하며 역량을 업그레이드한다. 이 모든 경험은 결국 국내 모터스포츠 수준 향상으로 환류된다.

물론 현실적인 도전도 크다. 해외 원정 레이스는 차량 운송, 숙소, 기술 지원 인력 파견 등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한국의 모터스포츠 스폰서십 시장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해외 원정 레이스 일정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 같은 대기업 후원사가 팀을 지지하고, 독립적인 레이서들이 자비를 들여 해외 대회에 도전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레이서들의 열정이 그 어떤 장벽도 쉽게 막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F1이라는 미완의 꿈 — 최고의 무대를 향한 오랜 갈망

한국 레이서
한국 레이서 · 사진 사진&여행, CC BY 4.0, via Wikimedia Commons

모터스포츠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포뮬러 원(Formula 1, F1)이 이 세계의 정점임을 안다. 가장 빠른 머신, 가장 뛰어난 드라이버, 가장 큰 무대. F1은 단순한 레이스 시리즈가 아니라 모터스포츠 그 자체의 상징이다. 아이르통 세나(Ayrton Senna),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 이 이름들이 어떤 문화권에서도 통하는 것처럼, F1 드라이버가 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인지도와 위상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순수 한국 혈통으로 F1 그리드에 이름을 올린 드라이버는 없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인근 국가들이 F1 드라이버를 배출하거나 적극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F1 진출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한국 내에서 F2, F3 등 하위 포뮬러 시리즈를 통한 드라이버 육성 파이프라인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F1에 이르는 길은 카트에서 시작해 F4, F3, F2를 거치는 긴 여정인데, 이 과정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건너가 포뮬러 시리즈에 도전하는 한국 출신 드라이버들의 이야기가 꾸준히 들려오고 있으며, 국내 모터스포츠 팬 커뮤니티와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인 F1 드라이버 배출에 대한 열망이 여전히 살아있다. 언젠가 순수 한국 드라이버가 F1 그리드에 서는 날, 그것은 김한봉이 사막을 달리고, 아트라스비엑스가 두바이의 밤을 지새운 모든 역사의 총합이 맺는 열매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순수 한국 혈통 F1 드라이버는 없다. 하지만 그 꿈을 향한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F1 진출 경로
F1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카트(Kart) → F4 → F3 → F2 → F1의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에서 뛰어난 성적과 함께 F1 팀의 눈에 띄어야 하며, 드라이버 아카데미에 선발되는 것이 중요한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전 과정에 걸쳐 수십억 원 규모의 비용이 필요하며, 기량 외에도 스폰서십 유치 능력이 중요한 현실적 조건이 된다.

모터스포츠 잘 모릅니다만,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정말 재미있거든요. 더 잘 됐으면 해서 말씀 드립니다.

— 한국 레이서, 세계 무대 도전에 대한 소감

국내 모터스포츠의 토양 — 해외 도전의 든든한 뿌리

해외 무대에서의 도전은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그 기반에는 국내 모터스포츠 생태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CJ 슈퍼레이스(CJ Super Race)를 비롯해 다양한 국내 레이스 시리즈가 운영되고 있으며, 드라이버들은 이 무대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은 뒤 해외 도전에 나선다. 슈퍼6000 클래스 같은 국내 최고 레벨의 시리즈는 참가 드라이버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경쟁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한국 모터스포츠 팬덤의 규모는 축구나 야구에 비하면 아직 크지 않다. 레이스 중계를 정기적으로 시청하거나 직접 서킷을 찾는 관중의 수는 선진 모터스포츠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성장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고, SNS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젊은 세대 팬들이 모터스포츠와 접점을 만들어가는 흐름도 감지된다. ‘모터스포츠 잘 모릅니다만,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정말 재미있다’는 어느 레이서의 솔직한 고백처럼, 한국 모터스포츠의 매력은 아직 충분히 발견되지 않은 원석과 같다.

모터스포츠 인프라의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인제 스피디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현재는 변경됨) 등 국내에 서킷이 들어서고, 다양한 레이스 이벤트가 개최되면서 저변이 넓어졌다. 한국국제서킷(Korea International Circuit)은 한때 F1 한국 그랑프리를 개최하기도 했다. 비록 F1 한국 그랑프리는 2013년 이후 열리지 않았지만, 그 경험은 한국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스를 직접 목격할 기회를 주었고, 업계에는 소중한 운영 노하우를 남겼다.

드라이버를 만드는 것들 — 훈련, 비용, 그리고 열정의 방정식

레이서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화려한 레이싱 수트와 헬멧, 관중의 환호 뒤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량과 경제적 부담이 있다. 카트 입문부터 시작해 단계별 포뮬러 시리즈를 거치는 동안 드라이버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가정의 재정 상황에 따라 꿈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좌우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드라이버들은 시트 확보를 위해 스폰서십 자금 조달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신체 훈련도 간과할 수 없다. F1 머신이 코너링 중 발생시키는 횡G는 5G를 넘나들며, 드라이버의 목과 어깨 근육에 극단적인 부하를 가한다. 레이서들은 이를 견디기 위해 목 강화 운동, 유산소 훈련, 반응속도 훈련 등을 일상적으로 소화한다. 정신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300km/h에 근접하는 속도로 달리면서 브레이킹 포인트와 라인을 계산하고, 팀과 무전으로 전략을 주고받는 능력은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한국 레이서들이 이 모든 도전을 해내고 세계 무대에 섰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재능이 넘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집요한 이야기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이기고 9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드라이버, 두바이의 밤을 달려 우승컵을 든 팀, 그리고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채 유럽 어느 서킷에서 랩을 쌓고 있는 젊은 드라이버들. 이들 모두가 한국 모터스포츠의 현재이며, 미래의 씨앗이다.

기업과 레이스 — 한국 기업들의 모터스포츠 참여

모터스포츠는 기업 브랜드와 기술력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하는 무대 중 하나다. 레이스카에 붙은 로고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타이어가 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를 후원해 24시 두바이 우승을 이끌어낸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타이어 기업에게 24시간 내구레이스는 가장 혹독한 성능 테스트 무대이며, 그 무대에서의 우승은 마케팅 이상의 기술적 자신감을 의미한다.

국내 다른 기업들도 크고 작은 형태로 한국 모터스포츠에 참여해왔다. 자동차 제조사들, 부품 업체들, 그리고 다양한 소비재 브랜드들이 국내외 레이스 팀을 후원하거나 공식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며 모터스포츠 생태계를 지탱해왔다. 모터스포츠가 성장하려면 경기장에서 달리는 드라이버만큼이나 이들 스폰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모터스포츠에 투자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한국 레이서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지속가능성이 모터스포츠 업계의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포뮬러 E(Formula E)나 익스트림 E(Extreme E)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에서 한국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경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으며, 이는 한국 레이서와 팀들이 새로운 형태의 국제 무대에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통 내연기관 레이스의 틀을 넘어, 모터스포츠의 지형 자체가 바뀌는 시대에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포뮬러 E와 한국 기업
포뮬러 E(Formula E)는 전기차 기반의 단일 시트 레이스 시리즈로, 모터스포츠와 전기차 기술의 접점에 있다. 한국의 배터리·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포뮬러 E는 한국 기업들이 모터스포츠에 더 깊이 관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렌즈로 보는 세계 모터스포츠 — 우리가 이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한국 사람들이 모터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한때 ‘서양 스포츠’,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로 여겨지던 모터스포츠가 이제는 디지털 콘텐츠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한 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F1의 드라마틱한 드라이버들의 이야기, 르망 24시의 밤을 가로지르는 머신들의 장관, 다카르 랠리의 생존에 가까운 도전들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 레이서들의 도전은 단순한 스포츠 뉴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한국인이 세계 어느 무대에서든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이야기이며,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한국 스포츠의 숨겨진 보물창고다. 1996년 김한봉이 사막을 달릴 때, 국내에서 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SNS 하나면 지구 반대편 레이스의 결과가 실시간으로 퍼지고, 한국 레이서의 도전을 응원하는 팬들이 온라인에서 연대할 수 있다.

한국 독자들이 이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한국은 이미 자동차 강국이다. 현대와 기아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이며, WRC(세계 랠리 챔피언십)에서도 현대 모터스포츠(Hyundai Motorsport)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차를 만드는 나라에서, 그 차를 가장 극한의 환경에서 달리게 하는 레이서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국 레이서의 성장은 곧 한국 자동차 산업의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으며, 그래서 더욱 응원할 이유가 충분하다.

한국 팬의 시선

한국 독자들에게 모터스포츠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 1996년 파리-다카르 랠리 사막을 달린 김한봉의 이름, 2020년 두바이의 밤을 달려 우승컵을 든 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의 이름, 그리고 현대 모터스포츠(Hyundai Motorsport)라는 이름이 WRC 그리드에 당당히 서 있다는 사실. 우리가 타는 차를 만드는 나라에서, 그 차로 세계 무대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F1 한국 그랑프리가 전남 영암에서 열렸을 때 셔틀버스를 타고 서킷을 찾은 관중들, 인제 스피디움에서 처음 레이스카 소리에 가슴이 요동쳤던 경험. 이 모든 것이 한국과 모터스포츠의 살아있는 접점이다. 순수 한국 혈통의 F1 드라이버가 언젠가 서울 야간 스트리트 서킷에서 달리는 그 날을 상상해본다면, 지금 한국 레이서들의 도전이 얼마나 소중한 과정인지 조금 더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모래바람이 시야를 가려도 페달을 밟았던 드라이버, 밤새 트랙을 돌며 새벽을 맞이했던 팀. 세계 모터스포츠 무대에 선 한국 레이서들의 이야기는 화려한 트로피보다 그 과정 속에 진짜 빛이 있다. 아직 F1 그리드에 태극기가 없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그 빈자리는 지금도 어느 서킷에서 랩을 쌓고 있는 누군가가 언젠가 채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한국 레이서들은 오늘도 그렇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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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이미지 크레딧
  • 한국 레이서 — Beren27,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한국 레이서 — Republic of Korea from Seoul, Republic of Korea,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 한국 레이서 — Superrace Championship,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